투어 전
Château du Breuil 증류소 때 태워주셨던 기사님 소개로 오신 다른 택시 기사님 차를 타고 Christian Drouin 증류소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저번 기사님만큼 영어가 유창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일상 대화에는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이후에는 어디 갈 건지 여쭤봐주셔서 보르도랑 파리 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 얘기를 들으시고 파리에서 어디를 가봐야 하는지 등의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추가로 보르도 와인 마실 때 어떤 치즈가 맛있는 지도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다 보니 금세 증류소에 도착했습니다. 증류소 투어는 보통 단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잦아, 먼저 도착해도 가이드만 준비됐다면 일찍 시작해 주는 경우가 있어 바로 Visitor Center로 갔습니다. 갔는데 너무 조용하고 아무도 없어서, 안에 있는 샵이랑 바를 구경하고 나왔습니다.
나와서 증류소를 둘러봤습니다. 나무도 많이 심어져 있고 잔디밭도 많아서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투어 시간이 될 때까지 꽤 긴 시간 동안 이곳저곳 돌아다녔고 이후 다시 Visitor Center로 돌아가니 관계자분이 계셨습니다. 인사드리니 가이드가 곧 올 거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가이드분이 오시고 인사한 뒤 투어가 시작 됐습니다.
증류소 구경
Visitor Center 밖으로 나가서 Pommeau(뽀모)와 Poire(뽀아) 그리고 Cidre(시드르) 숙성 창고 및 증류기 건물로 이동합니다. 건물에 들어가면 둥그런 원판에 뽀모, 시드르, 칼바도스 생산 과정을 재배부터 시작하여 보여주는 그림이 있습니다. 해당 그림 앞에서 설명을 해주십니다. 추가로 AOC가 무엇인지 아냐고 질문하셔서, 주류학개론에서 배운 게 떠올라 말씀드렸더니 놀라시며 칼바도스에 관심이 많다면서 좋아하셨습니다.
해당 그림 옆에 있는 통로로 가면, 통로 내부에 뽀아와 뽀모 그리고 시드르 숙성 오크통이 있습니다. 꽤 큽니다. 캐스크를 보면 분필 같은 것으로 적힌 정보가 보이며, 연결된 관에 내부 원액이 올라와 상태와 용량을 육안으로 바로 확인 가능합니다.
복도를 따라 더 들어가면 증류기가 나옵니다. 증류기는 딱 한 대만 있습니다. 크기는 당연히 위스키 증류기보다 훨씬 작습니다.
추가로 해당 증류기 한 대로 1차 증류와 2차 증류를 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증류가 몇 차 증류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도 있습니다. 증류기 밑에 보면 투명한 관이 있고 내부에 용액이 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튜브는 증류 전 원액을 증류기로 이동시켜 주는 관으로, 안에 있는 용액 색상이 탁하면 1차 증류, 투명하면 2차 증류입니다.
증류기 관련하여 부가적인 설명을 다 듣고 질의응답이 끝나면 바로 옆에 위치한 문으로 나가게 됩니다. 나가면 바로 옆에 바퀴 달린 특이한 수레가 보입니다. 이는 이동식 증류기로 오래전에는 농장마다 돌아다니며 각 농장이 만든 시드르 혹은 뽀아를 대신 증류해 주는 일을 했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망의 숙성창고 입니다. Visitor Center와 접해있습니다. 1층과 2층으로 나뉜 구조이며 천장이 완전 막힌 게 아니라 지지대만 있는 형식입니다. 지지대 사이사이에 캐스크들을 놓아 밑에서 위를 바라보면 2층의 캐스크들이 보입니다.
위스키의 경우 세금 문제 때문에 캐스크에서 함부로 뽑아 마실 수 없지만, 칼바도스는 세금 관련하여 비교적 매우 자유로워 바로바로 뽑아 마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가이드 분께서 숙성창고에 들어오며 주신 잔을 들고 2년 숙성 원액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해당 캐스크에서 바로 뽑아 잔에 따라 주셨습니다. 해당 칼바도스는 아직 많이 저숙성이라 마실 것은 못되니 저숙성의 향과 맛이 어떤지만 느끼고 땅에 바로 뱉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뭔가 뱉는 게 무례할 거 같아 머뭇거렸는데, 가이드 분께서 먼저 한 모금하시고 바로 뱉으셔서 저와 일행도 따라 뱉었습니다. 향은 2년 숙성 치고 부드러웠고 향기로웠으며 맛 또한 숙성 연수 감안하면 크게 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시기에는 많이 거칠었습니다.
바로 1980년 빈티지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44년 고숙성 빈티지를 캐스크에서 바로 따라 마신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가이드분께서 뽑아서 따라 주시고 마셨습니다. 마시자마자, 모두가 “와~~ 대박”이라고 할 향과 맛이었습니다. 부드럽고 향긋하며 그렇다고 해서 가볍지는 않았습니다. 맛 또한 CS인 만큼 진해, 녹진하고 달달한 사과맛이 정말 풍부했습니다. 고숙성인만큼 도수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캐스크들 더 둘러보고 관련하여 설명을 듣고 2층으로 이동했습니다. 2층에 올라가니 아까 밑에서 올려다봤던 캐스크들이 보였습니다. 보행로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밑이 숭숭 뚫려 있어 보행에 주의해야 했습니다.
25년 숙성 1999년 빈티지를 직접 캐스크에서 뽑아 마셔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나서서 직접 원액을 뽑았고 일행과 가이드 분께 나눠드렸습니다. 이번 캐스크는 가이드분께서 정말 맛있다고 하신 거라 기대를 많이 하고 마셨는데, 역시나 좋았습니다.
바로 뒤편에 위치한 13년 숙성 엑스페리멘털 캐스크에서 또 한 잔 뽑아주셨습니다. 앞에서 마신 것들이 워낙 파격적이라 얘는 좀 묻히는 느낌이 있었지만, 숙성 연수 감안하면 정말 맛있었습니다.
추가로 몇몇 캐스크에서 더 맛보고, 다른 신기한 캐스크를 보여주겠다고 해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일명 ‘Fraud Cask’이라고 불리는 캐스크였습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사기 캐스크’입니다. 이 캐스크는 모양이 타원형으로 생겼는데 육안으로는 내부 용량을 어림잡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옛날에 조세청에서 세금을 걷기 위해 조사하러 나오면 해당 캐스크의 용량을 속여 보고했다고 합니다. 용량을 속여도 육안으로 구분이 잘 안 가기 때문입니다.
숙성창고는 이제 끝났고, Visitor Center로 이어지는 문으로 나갔습니다. Visitor Center 안에 샵과 바가 있어 해당 바에서 테이스팅을 이어나갔습니다.
테이스팅 시간
이미 숙성창고를 돌아다니며 원액을 쭉쭉 마셨지만 바에서 2차를 진행합니다.
시작은 시드르로 시작합니다. 테이스팅 글라스에 따라주셨으며 일반적인 시드르 맛이었습니다.
Poire라는 배로 만든 버전의 시드르도 맛 보여주셨습니다. 이것 또한 맛있었습니다.
그다음은 도수를 조금 높여 Pommeau를 맛 보여주셨습니다. 솔직히 이게 제일 충격적이었습니다. 도수가 17도였는데 진짜 조금의 과장도 없이 알코올이 아예 안 느껴졌습니다. 오죽하면 “도수 속이고 주스 준거 아닌가?”라고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정말 맛있고 향긋한 꿀물 맛이었습니다. 와~ 정말 맛있었습니다.
감탄이 끝나니, 빈티지 라인 중에 마셔보고 싶은 거 있냐고 하셔서 추천받은 빈티지 중에 골랐습니다. 2001년 빈티지로 맛 보여주셨고 얘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본인만의 주장이 확실하지만 부드러운 친구였습니다.
크리스찬 드루앵에서 진도 생산하는데, 진 종류 세 가지를 맛 보여주셨습니다.
3잔을 마시니 또 다른 진을 맛 보여주십니다.
이쯤 지쳤을 모두의 혀와 간을 생각해 사과 주스를 한 잔 주셨습니다.
추가로 궁금한 칼바도스 있냐고 여쭤봐주셨고, 우선 ‘La Carafe Extra Pierre Pivet’이라는 상위 라인을 부탁드렸습니다. 바로 따라 주셔서 마셔봤습니다. 역시 맛은 좋았습니다만 그렇게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다음은 'Tres Pomme'를 요청드렸습니다. 이름부터 '매우 사과'라서 기대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병 안에 사과 하나가 통째로 들어있는 ‘Pomme Prisonniere’와 ‘25년 숙성’을 요청드렸습니다. 얘네 둘도 꽤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아까 숙성창고에서 마셨던 44년 숙성 1980년 빈티지와 25년 숙성 1999년 빈티지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투어 후
저는 빈티지 라인 모으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아까 마셨던 2001년 빈티지 한 병과 저녁에 마실 사과주스 두 병을 구매했습니다.
2001년 빈티지에 뽁뽁이 캡을 요청드리니 병모양에 딱 맞는 예쁜 뽁뽁이로 감싸주셨고, 저번에 구매한 위스키에도 좀 쓰고 싶어 별도 구매 가능한지 여쭤봤는데 무료로 하나 더 주셨습니다.
기사님과 약속된 시간이 되어 인사드리고 나와 택시 타러 갔습니다. 아침에 데려다주셨던 분과는 다른 분이 왔습니다. 일단 다들 어느 정도 알딸딸한 상태로 택시에 승차했고 조용히 리시유 역까지 갔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은 술을 정말 못 마셔서 다른 곳 가도 총 2잔 분량 마시면 뻗는 친구인데, 이번 투어에서 맛있다고 엄청 마셔서 택시에서 내릴 때 빈사 상태였습니다. 부축해서 숙소로 돌아갔고 해당 인원은 저녁때까지 잠들었습니다.
이번 투어는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가이드분도 친절하셨고, 캐스크에서 고숙성 원액을 바로 뽑아 마시는 것도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칼바도스가 정말 맛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위스키 매니아인데 진지하게 칼바도스 매니아로 전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보르도 와인 여행] Château Margaux 와이너리’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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