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전
이전 포스팅이었던 Château Margaux는 1등급 그랑 크뤼 와이너리로 세계 5대 샤또였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Château Pichon Baron은 바로 아래 등급인 2등급 그랑 크뤼 와이너리 11곳 중 한 곳입니다.
투어 1~2시간 전에 미리 도착할 수 있도록 새벽에 기상하여 Bordeaux Saint Jean역으로 향했습니다. 이 날은 안개가 꽤나 자욱했습니다. TER을 타고 Gare de Pauillac까지 1시간 15분 정도 이동 후 내려서 와이너리까지 45분 정도 걸어갔습니다.
와이너리에 도착했고 이번에도 꽤나 일찍 도착하여 걸어 다니며 구경했습니다. 역시나 부지가 꽤나 넓었습니다.
돌아다니다 Visitor Center를 발견하여 조금 이르지만 도착했다고 알렸습니다. 친절하게도 조금만 기다리면 담당자 불러서 바로 투어 시작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시작 전 투어 중에는 화장실을 갈 수 없으니 미리 가라고 하셨습니다.
와이너리 구경
가이드 분이 오셔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바로 옆에 위치한 포도밭으로 갔는데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했습니다. 사용하는 포도 품종과 수확 방법 및 시기를 알려주시고 포도 나무별 대충 나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도 알려주셨습니다. 나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다 어릴 줄 알았는데, 조금 굵고 길이가 어느 정도 있는 나무들은 40~50년 정도 자란 나무라고 해서 놀랐습니다.
다음은 현대 장비로 가득 찬 건물에 들어갔습니다. 2023년까지 한참 동안 레노베이션 하여 모든 설비를 현대화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어느 정도 클래식함을 가져가려고 노력한 흔적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리를 조금 이동해서 원재료인 포도를 검수하고 손질하는 곳에 들어갔습니다. 검수 및 손질 전 포도는 어떻게 보관하는지 그리고 검수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1번 숙성 창고로 이동했습니다. 2023년 빈티지가 숙성 중입니다. 역시나 웅장했습니다. 다만, Château Margaux처럼 캐스크에 색칠을 해놓지는 않아서 화려한 느낌은 확실히 적었습니다.
1번 창고에서는 숙성뿐 아니라 찌꺼기를 거르는 작업도 한다고 합니다. 찌꺼기 빼는 펌프를 통해 여과를 하고 이 과정은 총 5번 반복된다고 합니다.
아이언맨에 나올 것 같은 현대적인 통로를 지나 2번 숙성창고로 이동했습니다. 해당 창고에는 2022년 빈티지가 숙성 중입니다. 이 해 포도 수확이 잘 되어 2023년 빈티지보다 양이 더 많다고 합니다.
2번 숙성창고 측면에 보면 일반적인 나무 캐스크와 다르게 크기가 정말 크고 토기 재질로 보이는 항아리가 있습니다. 이 항아리는 테라코타 재질로 되어 있으며 실험 목적으로 두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나무 캐스크는 와인과 나무가 상호작용을 하지만 테라코타 항아리는 그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 와인에 영향을 거의 주지 못하고 본연의 향을 유지하게 해 준다고 합니다.
와인 보관용 저장고에 왔습니다. 이 저장고 안에 있는 와인은 판매용이 아닙니다. 총 1만 7천 병이 보관되어 있으며 와이너리 평가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면 제공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와인은 병 안에 있더라도 숨을 쉬고 코르크는 시간이 지나며 닳기에 20년에서 30년에 한 번씩 산소가 차단된 공간에서 기계로 코르크를 교체한다고 합니다. 이때 병에 남은 와인 양을 측정하여 많이 줄었을 경우 같은 와인 한 병을 희생해 나머지 병들을 채운다고 합니다. 만약 한 병만 남았는데 양이 많이 줄었다면 일정 부분 가스로 채워 산소 접촉을 막아 보관한다고 합니다.
이 저장고에서 제일 오래된 빈티지는 1881년 빈티지이며 단 한 병만 남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와이너리 시설에 대한 설명은 끝났습니다. 이제 시음을 위해 성 안으로 이동했습니다. 원래 일반적인 투어에서는 샤또 내로 출입을 불허합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투어가 Private Vertical Tasting of 4 Vintages라는 와이너리에서 제일 비싼 900€짜리 투어였기에, 이와 같은 프리미엄 투어에 한해 샤또 내에 다른 행사가 잡혀있지 않은 이상 테이스팅 룸으로 쓴다고 합니다.
정말 오래전에 지어진 성이라 내부도 클래식한 느낌이 확 느껴집니다.
테이스팅 시간
가이드를 따라 테이스팅 룸에 도착했습니다.
착석하면 각 자리에 물 잔과 와인 잔 4개 그리고 꽃병처럼 보이는 와인을 뱉을 수 있는 병이 있습니다. 테이블 가운데에는 테이스팅 노트를 적을 수 있도록 연필이 꽂혀 있고 그 옆에는 물병과 예약자인 제 성이 적힌 종이가 세워져 있습니다.
착석해서 기다리면 와인 냉장고에서 서로 다른 4개의 빈티지 와인을 꺼내 준비해 주십니다. 각 병을 개봉해서 가이드님 잔에 먼저 따라 색, 향, 맛을 보시고 와인 상태가 괜찮은지 점검하십니다.
이 중 2016년 빈티지를 맛보시고 고개를 갸우뚱하시더니 다시 맛보시고 뒤에 따로 빼놓으셨습니다. 해당 보틀은 보관이 잘못되었던 것 같다고 하시며 원래 2016년 빈티지와 결이 다르기에 폐기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새 병을 다시 꺼내 개봉 후 시음하시고 만족하는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각 와인 병을 들고 제 옆에 오셔서 코스터에 적힌 빈티지에 맞게 와인을 따라 주십니다. 가이드 분과 같이 시음하며 테이스팅 노트를 공유하고 테이스팅 가이드를 받았습니다. 와인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전문가의 가이드가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추가로 색을 보고 얼마나 숙성되었는지 알 수도 있다며 구별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와인잔을 수평에 가깝게 기울인 뒤 밑에 거리를 조금 두고 하얀 냅킨을 받친 뒤 와인 테두리 색을 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짙고 붉을수록 어린 와인이라고 하셨고 투명에 가까워질수록 성숙한 와인이라고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구분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와인은 위스키 이상으로 섬세하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취기로 인한 테이스팅 지장을 제거하고자 앞서 언급드린 꽃병 같은 도자기 병에 음미가 끝난 와인을 뱉었습니다. 덕분에 와인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Château Margaux는 feminine한 느낌이 들었다면 Château Pichon Baron은 masculine한 뉘앙스가 느껴져 둘의 성향 차이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해당 투어 테이스팅 코스에서 제공된 와인은 전부 제 것입니다. 하지만 앉은자리에서 다 마시는 것이 아닌 각 1잔씩 시음하고 유리 마개로 밀봉하여 들고 갑니다.
투어 후
시음이 끝나고 다시 Visitor Center로 돌아가 직전에 마신 와인 4병을 박스에 포장해 주셨습니다.
포장해 주시는 동안 Visitor Center 내에 전시 및 판매 중인 와인과 각종 와인 소품을 구경했습니다.
저는 테이스팅 때 사용하셨던 와인 오프너가 너무 마음에 들어 구매했습니다. 오프너 하나가 65€라 꽤나 비쌌지만 마음에 들었습니다.
투어 끝나고 돌아가며 안개가 걷힌 뒤 샤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 다 안 담기는 아름다움이 보였습니다.
숙소에 포장해 온 와인을 정렬해 놓고 빵이나 음식 먹을 때마다 골라서 곁들여 먹었습니다.
다음은 ‘(국내 증류/양조장 중 어딘가)’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