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전
일반적으로 스코틀랜드 증류소 투어를 가는 경우 일행들과 차를 렌트하여 다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젊은 외국인 대학생이기에 렌터카 대여비는 터무니없는 보험료로 인해 빌리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대형 렌터카 업체에 보험을 잘 넣고 빌릴 시 모닝처럼 소형 차종들도 보름에 3백에서 4백만원입니다. 그래서 앞선 포스팅이었던 발베니 투어도 마찬가지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였습니다.
이번 글렌알라키 증류소의 경우 대중교통으로 근처까지 가서 내린 후 40분 정도 걸어가서 나왔습니다. 우선 숙소가 위치한 더프타운의 중심에 있는 시계탑 앞에서 36번 버스를 타고 아벨라워 증류소 근처에 있는 정류장인 ‘The Square’에서 내립니다. 이후 2km 거리를 약 40분 정도 걷게 됩니다. 걷는 시간의 경우 구글 지도에서는 30분이라고 뜨고 일반적인 경우 알려준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지만 글렌알라키 증류소로 걸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가는 길에 펼쳐진 풍경이 워낙 아름답기 때문에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며 자연을 느끼고 여유롭게 걸어가게 됩니다. 가는 길에 대자연이 펼쳐져 있고 말과 양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도 방목되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버스 배차가 1시간에 한 번씩 있기 때문에 일찍 출발했고 이번에도 여유롭게 증류소에 도착했습니다. 증류소에 도착하고 예약자 확인 및 나이 확인을 위해 여권 확인을 진행하였습니다. 여권은 실물이 아닌 사진으로만 보여드려도 됩니다. 그리고 제 이름 밑에 다른 예약자 ‘Lee’라고 작성되어 있는 것을 보았고 같이 투어 하는 사람이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남아서 바에서 대기하라고 안내해 주셨고 쉬면서 물을 제공받았습니다. 바에 계셨던 직원분께서 계속 말을 걸어주시고 대화를 이어나갔고 중간에 글렌알라키 12년도 한 잔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글렌알라키를 마셔봤는지 어떤 보틀이 좋았는지 여쭤봐주셨습니다. 그래서 글렌알라키 평소에 좋아해서 여러 번 마셔봤는데 특히 10CS 배치 5가 맛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엄청 맛있는 보틀이라면서 공감해 주셨고 이런저런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증류소 구경
같이 투어를 진행할 팀이 도착했다고 해서 바에서 나갔습니다. 이번에 진행한 투어는 ‘The Connoisseur Tour’입니다. 그러면서 직원분께서 같은 한국에서 오신 신혼부부이시고 이번에 신혼여행으로 스코틀랜드를 오셨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같이 투어를 진행하는 팀이 한국인이라 상호 간에 놀랐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후 글렌드로낙의 마스터 디스틸러이셨다가 몇 년 전에 글렌알라키로 오신 ‘빌리 워커’님께서 평소에 계시며 위스키를 시음하는 공간에 영광스럽게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 시음할 위스키 5병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우선 자리에 앉아서 가이드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증류소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중간에 강조하셨던 내용 중에 스카치위스키는 한 잔을 나타낼 때 ‘Dram’이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샷’이나 ‘글라스’는 스코틀랜드에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추가로 빌리 워커님께서 매주 1회 글렌알라키 증류소를 방문하신다고 하는데 저희 일정과는 겹치지 않았던 게 매우 아쉬웠습니다. 보통 화요일에 방문하신다고 합니다.
설명을 다 듣고 본격적으로 증류소 시설을 투어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한 건물로 들어가 밀링기계, 매시턴, 워시백, 증류기를 봤습니다.
이후 건물 밖으로 나와 조금 걸어가니 캐스크를 보관하는 외부 공간이 나왔습니다. 이곳에서 캐스크를 선별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워낙 많은 캐스크가 사용되기 때문에 여기 보관된 캐스크의 순환율은 매우 빠르다고 합니다. 며칠 단위가 아닌 몇 시간 단위로 선별하고 스피릿을 채우고 숙성창고로 들어가고 다시 새로운 빈 캐스크로 채워집니다.
밖에 놓인 캐스크들은 대부분 눕혀져 있지만 일부 세워진 캐스크의 경우 위에 물이 고이는 것이 좋은 신호라고 합니다. 나무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는 특성 때문에 사이에 틈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위에 물이 고였다는 것은 캐스크가 잘 오므린 상태로 빈틈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밖에 보관되는 캐스크의 경우 빈 캐스크이지만 캐스크 종류별로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버번 캐스크의 경우 버번 향이 벤 오크향이 나고, 셰리 캐스크의 경우 셰리 와인 향이 벤 오크향이 납니다. 그리고 같은 종류의 캐스크라도 어디에서 구입하는지에 따라 향과 숙성 시 전달해 주는 맛 차이가 크기 때문에 증류소마다 선호하는 방향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렌알라키는 이런 방향의 캐스크를 추구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가이드분과 캐스크를 관리하는 관리자분께서 캐스크의 마개를 개봉하여 종류별로 향을 맡게 해 주셨습니다.
바로 옆에는 캐스크에 위스키 스피릿을 채우는 시설이 있으며 들어가서 어떤 식으로 캐스크에 스피릿을 채우는지 알려주셨고 해당 관계자분께서 숙성된 위스키 원액을 뽑아오셔서 손으로 찍어서 맛을 봤습니다. 추가로 바로 옆에 위치한 숙성창고를 보았습니다. 엄청 높은 숙성창고였습니다. 입구 쪽에 그 귀하다는 미즈나라 캐스크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미즈나라 캐스크를 만들기 힘든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미즈나라라는 나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일본 나무이며 수종 자체도 매우 비싸고 일자로 자라는 나무가 아니고 구불구불 자라기 때문에 일자로 된 나무 스태브(Stave)를 사용하여 만드는 캐스크의 특성상 하나의 캐스크를 만들기 위해 버려지는 나무의 양이 많습니다. 더 나아가, 깨지기도 쉽고 함수율이 높아 내용물이 새기 쉬워 만드는 과정 또한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고 합니다.
테이스팅 시간
이렇게 해서 증류소 시설을 전부 둘러봤고 다시 처음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가서 시음시간을 가졌습니다. 시음한 5종의 글렌알라키 위스키는 좌측부터 싱글캐스크 코발 버번 2010 빈티지, 싱글캐스크 친커핀 배럴 2010 빈티지, 싱글캐스크 프리미에 크뤼 클라쎄 2012 빈티지, 싱글캐스크 올로로쏘 펀쵼 2005 빈티지, 25년 숙성 제품입니다. 4종의 싱글캐스크와 하나의 일반 숙성 제품입니다. 시음을 하며 다 같이 시음 후기를 공유하고 관련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개인적으로 위 5종의 제품 중 25년 숙성 제품이 제일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을 뽑자면 싱글캐스크 올로로쏘 펀쵼 2005 빈티지 제품이 맛있었습니다. 이 둘의 경우 비등비등하게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싱글캐스크 제품군의 경우 제 입맛에는 아직 결이 안 잡힌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이드 분께서는 입에 맞으신다고 하시니 이건 위스키의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입니다. 정답이 없는 것이 위스키이고 유명한 증류소에서 나오는 위스키들은 기본적으로 검증이 된 제품들이기 때문에 맛이 없다면 개인의 취향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투어 후
시음을 마치고 다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후 같이 투어를 했던 부부께서 ‘가네톡액’이라는 간 영양제를 저와 제 일행에게 한 포씩 주셨습니다. 이 영양제가 추후 다른 증류소 투어에서 힘들었을 때 저를 구원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2층에 위치한 테이스팅 룸에서 내려와 계단 옆에 위치한 글렌알라키 샵에 갔습니다. 안에는 많은 종류의 글렌알라키 위스키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한국에서 보기도 힘든 위스키도 있고 다른 위스키들도 가격이 착했기 때문에 저급한 표현이지만 눈이 뒤집힐 뻔했습니다. 우선 증류소에서 단 2병만 남았다는 ‘글렌알라키 2005년 싱글캐스크 셰리 벗’을 구매했습니다. 싱글캐스크 제품의 경우 제 인적사항을 장부에 기입하고 직원분께서 병입 날짜와 도수 그리고 몇 번째 보틀인지 현장에서 적어주십니다. 여기까지만 구매할까 하다가 다른 싱글캐스크가 눈에 들어왔는데 같이 투어 한 신혼부부의 남편분께서 저숙성 싱글캐스크는 추천 안 한다고 하셨고 대신 증류소 한정판인 ‘글렌알라키 13년 올로로소 캐스크’를 추천한다고 하셔서 바로 구매했습니다.
추가로 더 보다가 나중에 다른 증류소에서도 구매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만 봐야겠다 생각하고 같이 투어 했던 부부분께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해가 빨리 지는 스코틀랜드 겨울인 만큼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고 아까 40분이 걸려서 왔던 길을 핸드폰 라이트에 의존해서 다시 시내까지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서 버스 기다린 후 타려고 하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아까 같이 투어 한 한국인 부부께서 마침 숙소도 같은 더프타운이니 태워주신다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버스 배차도 길고 가격도 비쌌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차로 이동하면 가까운 거리라 뒷자리는 3석이지만 뒤에 4명이 탑승하였고 숙소 바로 앞에서 내려주셔서 덕분에 빠르고 편하게 숙소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제가 씻고 있는 동안 저희 숙소에 들리셔서 ‘에드라두어 셰리 벗 퍼스트필 2013 빈티지’를 하이볼 글라스 절반이나 되는 양을 나눠주시고 스프링뱅크 증류소에서 직접 사 오신 카라멜을 주고 가셨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뭔가를 드리는 게 맞는데 반대로 받아서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그때 저는 심지어 샤워 중이라 인사도 못 드렸는데 일행이 인스타 아이디를 받았다고 하여 인스타 DM을 통해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라도 어떻게든 보답해드리고 싶어 이후에 있을 글렌드로낙 투어에서 구매한 ‘글렌드로낙 카라멜’과 프랑스에서 칼바도스 투어 할 때 방문했던 ‘Château du Breuil’ 증류소에서 구매한 20년 숙성 미니어처 보틀 2병을 한국에 귀국한 후 연락드려 택배로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답례로 귀한 바이알을 5병이나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외를 여행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그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게 신기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독자분들도 항상 인복이 넘쳐 좋은 분들 많이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음은 ‘[스코틀랜드 증류소 여행] 카듀 증류소 (Cardhu Distillery)’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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