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여행

[스코틀랜드 증류소 여행] 카듀 증류소 (Cardhu Distillery)

김머생 2024. 3.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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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전

카듀 증류소의 경우 사실 처음 계획할 때 가려고 했던 곳은 아닙니다. 맥캘란 증류소를 비롯하여 원래 가려던 증류소들 중 일부가 잠시 닫는다고 하여 생긴 공백을 채우기 위해 찾다가 나온 증류소입니다. 개인적으로 ‘디아지오 2021 Special Release 카듀 14년’ 제품을 맛있게 마셨던 기억으로 골랐던 증류소입니다.
 
저희가 방문한 날은 하필 주말이라 버스 운행이 제한되는 날이었습니다. 주말에는 버스 운행이 제한된다는 것을 증류소 방문 2일 전에 알았고 스코틀랜드에서도 지방인 이곳에는 우버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택시 회사를 찾았습니다. ‘Taxicode’라는 사이트에서 택시를 예약할 수 있다고 하여 예약을 진행하고 결제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출발 당일까지 기사 매칭이 안되었고, 메일을 보내니 그제야 취소되었다고 회신받았습니다.
 

비탈길
걷다가 마주한 비탈길 (원래 사람 다니는 곳이 아님)

저희는 주말에도 버스가 다닐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는데 크게 데었습니다. 다행히번 버스는 정상적으로 운행되었지만 아벨라워 증류소 쪽에 있는 ‘The Square’ 정거장에서부터는 내려서 11km가량을 걸어야 했습니다. 결국 2시간 30분 정도 자연을 감상하며 11km 거리의 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구글 지도가 알려주는 길 중 일부가 사람이 다니도록 연결된 곳이 아니라서 얼어붙은 비탈길을 앉아서 내려가듯이 내려가며 길을 개척해서 가는 등의 난관이 있었습니다.
 

카듀 증류소
카듀 증류소

가는 길에 증류소에는 혹시 늦을 수도 있다고 메일을 보내놨고 증류소 바로 앞에 도착해서야 나중으로 미뤄줄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그대로 증류소에 들어갔고 직원분들은 여기까지 걸어오신 분은 지금껏 처음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온 덕분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샵 구경하며 숨을 고르고 직원분께서 알려주신 번호로 전화하여 복귀 편 택시를 예약했습니다.
 
저희 숙소인 더프타운과 카듀 증류소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 ‘Craigellachie’이고 ‘Craigellachie Car’라는 곳에 전화하면 된다고 하셔서 이곳에 전화 후 투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택시를 예약했습니다. 혹시 이용하실 분들을 위해 연락처 공유해 드리겠습니다.입니다. 해당 택시 회사를 이용해 추후 글렌파클라스 증류소와 헌틀리로 이동했습니다. 크라이겔러키 인근 지역은 어느 정도 커버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증류소 구경

카듀 상영관
카듀 상영관

돌아갈 택시를 예약하고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진행한 투어는 ‘Cardhu Cask Experience’입니다. 우선 투어 가이드분께서 오셔서 웰컴 드링크처럼 캐스크에서 바로 뽑은 ‘카듀 2009 빈티지’를 한 잔 주십니다. 즉, 싱글캐스크 CS를 한 잔 합니다. 한 잔 하면서 위로 긴 화면이 있는 상영관에 들어가 앉아서 카듀 증류소의 역사를 시청합니다. 이후 잔을 가져가시고 실내에서 바로 테이스팅을 진행하면서 투어를 진행할지 아니면 증류소를 돌아다니며 직접 시설을 보고 이후에 테이스팅을 진행할지 여쭤봐주십니다. 이미 발베니와 글렌알라키를 방문하며 증류소 시스템 및 시설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이해가 있었지만 혹시 모를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증류소를 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카듀 증류기
카듀 증류기

그렇게 안내데스크를 지나 건물 밖으로 나가서 바로 옆 건물로 이동합니다. 들어가면 우선 밀링 머신으로 분쇄하여 가루가 된 몰트를 보게 됩니다. 분쇄도별 명칭 및 특징에 대해 알려주십니다. 그러고는 다른 증류소처럼 매시턴, 워시백, 증류기를 보게 됩니다.
 

카듀 숙성창고 숙성연수 및 블렌딩 설명
카듀 숙성창고 숙성연수 및 블렌딩 설명

이제 숙성창고로 이동합니다. 들어가면 숙성 연수별 색상변화와 증발량을 눈으로 볼 수 있게 샘플이 있고 바로 옆에 블렌딩에 대한 내용과 이에 대한 샘플이 있습니다. 그리고 옆에 여러 종류의 캐스크를 진열해 놓았고 뚜껑을 개봉하여 시향 할 수 있었습니다.
 

카듀 캐스크
시음 할 6종의 캐스크

바로 같은 공간 안에 옆을 돌아보면 또 다른 캐스크가 일렬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카듀와 같은 소속 증류소들 원액을 담고 있는 캐스크입니다. 총 6개의 캐스크가 진열되어 있는데 처음 마셨던 웰컴 드링크가 이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5개의 캐스크에서 원액을 추출하게 됩니다. 이때 추출한 위스키를 담는 병은 700미리짜리 병이지만 저희가 총 4명이니 4명이 각자 한 잔씩 마시고 조금 남을 정도의 분량을 추출했습니다. 추출은 코퍼독이 아닌 긴 주사기 모형의 구리 스포이드를 사용합니다. 스포이드는 앞뒤로 구멍이 뚫려 있으며 캐스크 안에 넣은 뒤 후면에 위치한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아 앞에 위치한 구멍으로 위스키가 흘러나오지 않게 하여 빈 병으로 옮겨 넣게 됩니다. 솔직히 뒤를 잘 막아도 꽤 많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캐스크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병으로 빠르게 옮겨야 합니다.
 

테이스팅 시간

시음 할 5병
시음할 5병

이렇게 병에 다 담고 자리를 이동하여 다시 본건물 안에 있는 테이스팅 룸으로 갑니다. 자리에 앉으면 5개의 빈 잔이 놓여 있고 가이드 분께서 저희가 추출한 위스키를 들고 오십니다. 모든 잔을 한 번에 다 채우는 것이 아닌 한 잔씩 따라서 마시고 시음기를 공유하며 원바이원으로 갔습니다. 물론 한 번에 다 마시는 것이 아닌 조금 마시고 마지막에 다 한 번씩 쭉 마셔보며 최애를 골랐습니다.
 

달유인 와인 캐스크 2010 빈티지, 카듀 버번 캐스크 2011 빈티지, 크라겐모어 리필 버번 캐스크 2008 빈티지, 링크우드 EX 버번 캐스크 2010 빈티지, 벤리네스 와인 캐스크 2009 빈티지
좌하단 :  달유인 와인 캐스크  2010  빈티지 ,  우하단 :  카듀 버번 캐스크  2011  빈티지 ,  좌상단 : 크라겐모어  리필 버번 캐스크  2008  빈티지 ,  중상단 :  링크우드  EX  버번 캐스크  2010  빈티지 ,  우상단 : 벤리네스  와인 캐스크  2009  빈티지

5잔에 채워져 있는 위스키는 각각 ‘좌하단: 달유인 와인 캐스크 2010 빈티지, 우하단: 카듀 버번 캐스크 2011 빈티지, 좌상단: 크라겐모어 리필 버번 캐스크 2008 빈티지, 중상단: 링크우드 EX 버번 캐스크 2010 빈티지, 우상단: 벤리네스 와인 캐스크 2009 빈티지’입니다. 각각 하나의 캐스크에서 바로 뽑아온 것이기 때문에 싱글캐스크이며 CS입니다.
 
개인적으로 카듀 증류소에서의 테이스팅 코스는 직접 뽑아온 원액을 맛볼 수 있고 추출하는 체험을 할 수 있어 신기하고 재밌지만 위스키는 솔직히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물론 가이드분은 친절하시며 옆에서 계속 시음할 때 향과 맛에 대한 의견을 물어봐주십니다. 그러면서 본인은 어떻게 느꼈는지 알려주시고 해당 위스키 증류소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십니다. 이후 저희끼리 편하게 마시라며 자리를 비켜주십니다.
 

투어 후

궁금한 보틀 시음
궁금한 보틀 시음

택시를 여유롭게 불렀기 때문에 남은 잔들을 여유롭게 비운 뒤 위스키 샵을 다시 둘러봤습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보틀들도 있었지만 굳이 사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그래도 몇몇 궁금한 보틀들이 있어 시음을 요청드렸고 작은 잔에 조금 따라 주셨습니다. 마셔보니 제 취향이 아니라 구매는 안 했습니다.
 

콜택시 불렀더니 온 아우디 A6
콜택시로 온 아우디 A6

택시 예약 시간보다 10분 전에 밖에 차가 주차된 것을 확인했는데 아우디이길래 택시는 아닐 거다라고 생각하고 5분 정도 샵을 더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직원분께서 택시 온 것 같다고 하셔서 나갔는데 아우디 A6가 택시였던 것입니다. 심지어 콰트로 모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냥 아무 콜택시나 불렀는데 독3사가 오니 확실히 여긴 유럽이구나 체감됐습니다. 물론 브렉시트 했지만 그전에 있던 차들이 남아있으니까요.
 
돌아가는 길에 운전자분과 대화하며 즐겁게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아침부터 걸으며 체력 소진한 상태로 고도수의 CS 위스키를 총 6잔 마신 상태라 취기가 돌아서 취한 상태로 대화했습니다. 증류소에서 숙소까지는 대략 20km 거리이며 차로는 25분 정도 걸렸습니다. 택시비는 의외로 40파운드(약 7만원) 정도밖에 안 나왔습니다. 한국 기준이면 비싸지만 영국 기준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더군다나 우버도 안 되는 곳이라 택시가 귀했습니다.
 
이번 투어는 개인적으로 추천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증류소 자체가 뭔가 상업적이라는 느낌을 크게 받았습니다. 물론 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다른 증류소들의 경우 위스키라는 것에 대해 사랑과 열정 그리고 전통을 가지고 운영하며 투어를 진행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카듀의 경우 그냥 상업적으로만 운영되는 시설 같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습니다. 증류소 투어할 때 영화 상영관도 그렇고 전체적인 투어의 프로세스 및 직원들을 보면 다들 친절하지만 위스키에 대한 열정이나 사랑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추가로 만약 해당 증류소에 관심이 있어 정말로 가보고 싶다면 꼭 렌트를 해서 가시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거라면 방문일정을 평일날 잡으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다음은 ‘[스코틀랜드 증류소 여행] 아벨라워 증류소 (Aberlour Distillery)’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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