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지식

위스키 숙성 연수에 대하여: 숙성 연수 표기 기준, 국가 및 기후별 숙성도 차이, 변화

김머생 2023. 12. 12.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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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자키 캐스크

숙성 연수 표기 기준

위스키 숙성 연수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잘못된 상식 중에는 위스키 병 라벨에 표시된 숙성 연수가 병 안에 들어간 모든 원액에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와인의 빈티지와 헷갈려하는 경우입니다.
 
우선 라벨에 표시된 숙성 연수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위스키는 여러 오크통 원액들을 블렌딩 해서 만듭니다. 그렇기에 병 안에는 여러 숙성 연수를 가진 원액들이 섞입니다. 그리고 들어간 원액 중 가장 숙성 연수가 낮은 원액을 기준으로 라벨에 표기하게 됩니다. 따라서 30년 숙성 원액이 99%에 12년 숙성 원액이 1%가 블렌딩 된 위스키라면 12년 숙성 위스키로 표기해야 합니다. 심지어 병에 최소 숙성 연수를 제외한 기타 세세한 정보를 넣는 것도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위스키 업계에서 이 규정과 관련하여 논란도 많고 불만도 많이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위스키계의 반항아라 불리는 컴파스 박스는 수십 년간 고숙성된 원액 99.6%에 3년 숙성원액 단 0.4%만 넣고 ‘컴파스 박스 3년 디럭스’라는 제품을 출시하며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물론 빈티지나 한정판 같은 경우에는 특정 숙성 연수의 원액만 들어간 경우도 있습니다만 주된 제품군은 아닙니다.
 
다음은 숙성연수와 와인의 빈티지를 헷갈리는 경우입니다. 와인에 표기되는 빈티지는 와인을 빚을 때 사용한 포도의 수확 연도를 뜻합니다. 이와 달리 위스키의 경우 증류된 시기를 기준으로 오크통에서 몇 년간 숙성되었는지를 계산하여 표기합니다. 때문에 와인의 경우 XXXX년산으로 부를 수 있지만 빈티지 위스키를 제외한 대다수의 위스키는 XX년산이라는 표현은 틀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30년 숙성된 발렌타인 위스키를 흔히 ‘발렌타인 30년 산’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이렇게 부를 경우 이 위스키는 스피릿이 1930년에 증류된 빈티지 위스키를 지칭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정확히 부르기 위해서는 ‘발렌타인 30년 숙성’ 혹은 ‘발렌타인 30년’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호칭법이 되겠습니다.
 

숙성 국가 및 기후별 숙성도 차이

같은 숙성 연수를 가지고 있더라도 어떤 위스키는 저숙성 같고 어떤 위스키는 고숙성 같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숙성 연수는 절대적인 숙성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숙성 환경의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전 세계에는 5대 위스키를 비롯해서 여러 나라에서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적도와 북극의 기후가 완전 반대이듯이, 국가별로 기후의 차이는 큽니다. 위스키의 숙성은 온도 변화로 인해 오크통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위스키에 오크통의 캐릭터를 새겨 넣습니다. 그렇기에 온도변화가 큰 기후를 가지고 있는 나라 및 환경에서 숙성하면 짧은 숙성 기간이더라도 숙성 연수 대비 고숙성의 풍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추가로 국가별로 매년 오크통에서 천사의 몫(Angel’s Share)으로 증발되는 원액의 양이 클수록 같은 숙성 대비 고숙성의 풍미를 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례로 연간 증발량이 평균 5% 정도 되는 캔터키의 경우 연간 증발량이 2%대인 스코틀랜드보다 적은 기간의 숙성으로 고숙성의 풍미를 낼 수 있으며 10년만 되어도 고숙성 라인으로 취급합니다.
 
부가적인 내용으로 오크통 재사용 또한 숙성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새 오크통을 활용했는지 아니면 세컨필(2nd fill), (3rd fill)인지에 따라 숙성도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보통 오크통의 수명은 60년으로 보기 때문에 초고숙성의 위스키를 만들지 않는 이상 1번 이상 재활용하게 됩니다. 이미 활용한 오크통의 경우 오크통의 캐릭터가 한번 빠졌기 때문에 오크통의 영향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로 인해 숙성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여러 번 재활용한 오크통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뽑아내는지에 따라 새것보다 더 맛있을 수 있습니다.
 

숙성 연수에 따른 변화

위스키는 숙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증류된 스피릿이 다듬어지게 됩니다. 숙성이 진행됨에 따라 위스키는 색상, 맛, 부드러움, 깊이, 피니시가 달라집니다.
 
우선 색상입니다. 증류된 스피릿의 경우 물과 같은 투명한 색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숙성이 진행됨에 따라 오크통 영향을 받아 갈색빛을 띠게 됩니다. 그러므로 저숙성의 경우 밝은 빛을, 고숙성의 경우 캐스크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짙은 색상을 띱니다.
 
다음은 숙성을 하는 제일 큰 이유인 맛입니다. 숙성이 진행될수록 처음의 스피릿의 영향은 줄어들고 오크통의 영향은 늘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숙성의 경우 스피릿의 원료인 몰트 등 곡물의 풍미가 더 강하게 느껴지며 강렬합니다. 반대로 고숙성의 경우 숙성된 오크통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무로부터 나오는 바닐라, 캐러멜, 견과류, 초콜릿, 과일 등 여러 풍미를 입게 됩니다.
 
부드러움의 경우 숙성을 통한 알코올의 안정화로 인해 생깁니다. 스피릿 상태의 경우 날카롭고 제어되지 못하는 알코올의 치고 올라옴이 느껴지는 반면 숙성이 진행되면 거친 맛 프로필의 가장자리가 둥글게 다듬어지면서 부드러워집니다.
 
깊이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논리로 스피릿 상태일 경우 이를 증류할 때 사용되었던 곡물의 맛이 지배적이며 큰 깊이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숙성이 진행될수록 오크통이 개입하면서 스피릿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다양한 맛과 깊이를 만들어 냅니다.
 
마지막으로 피니시입니다. 한국어로 하면 여운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스키를 목 뒤로 넘기고 나서 남은 풍미입니다. 스피릿 상태의 경우 마무리가 짧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숙성이 진행될수록 여운의 길이가 더 길어지고 추가적인 풍미의 깊이를 음미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이상은 숙성을 해줘야 ‘위스키’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고 맛 또한 좋아지게 됩니다. 물론 고숙성의 경우 매년 오크통에서 일정량이 꾸준하게 증발하고 관리비 또한 많이 나오며 그만큼 희소성을 띄기 때문에 가격이 숙성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숙성의 경우 앞서 언급한 장점들을 느낄 수 있기에 수요는 항상 높습니다.
 
그렇다고 고숙성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위스키 회사 그리고 숙성 환경 그리고 개인의 입맛에 따라 최적의 숙성 연수는 달라질 수 있고 고숙성으로 갈수록 오크통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초고숙성으로 갈 경우 관리를 잘못하면 위스키가 아닌 송진 같은 맛이 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는 개인의 취향입니다.
 
다음은 “위스키는 구형과 신형 중 어떤 것이 좋을까: 향과 맛 그리고 이유, 구형 개봉 방법, 구형 위스키 찾는 법”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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