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지식

한국에서도 위스키가 생산된다: 역사, 위스키 생산 환경, 전망

김머생 2024. 1. 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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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Credit: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역사

세계 각국에서 위스키 증류소가 점점 생겨나는 추세입니다. 일본, 인도, 대만도 후발 주자지만 위스키 생산 및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인지도를 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까요? 정답은 아닙니다.

 

위스키가 처음 한국에 들어온 것은 조선이 개항했던 19세기말입니다. 서양인들이 조선 땅을 밟으면서 그들과 함께 위스키도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ABC도 모르는 당시 사람들이 위스키 발음을 제대로 할리는 전무했습니다. 그래서 위스키를 비슷한 발음의 한자로 치환하여 유사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유사길이라는 명칭은 한국에서 처음 위스키를 알고 부르게 된 이름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며, 때문에 재작년에 벤로막이라는 증류소에서 한국에 대한 헌정 위스키를 출시할 때 제품명을 유사길 에디션으로 지었습니다.

 

이후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기 시작했고, 이때 미군들이 자국에서 마시던 위스키를 들여오며 한국인들도 서서히 위스키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먹을 보리도 없던 마당에 보리를 사용하여 한국에서 위스키를 생산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또한 전쟁 이후 1달러라도 귀하던 시절, 정부는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위스키 수입에 대한 규제를 가합니다. 때문에 당시 한국 땅에서 제대로 된 위스키를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위스키 원액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가짜 위스키도 등장하며 제대로 된 위스키에 대한 대중들의 열망은 점점 더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위스키 원액을 당시에는 파격적인 비중이었던 19.9%나 넣은 위스키가 등장하였습니다. 바로 죠지 드레이크라는 술과 ‘JR 위스키입니다. 사실 더 높은 함량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이 당시 20%가 넘는 위스키 원액이 사용될 경우 과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이를 피해 가기 위해 19.9%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정부가 제대로 된 위스키도 아닌데 위스키라고 광고한다면서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 두 위스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정부에서 위스키 생산을 막으려고만 한 것 같지만, 정부 주도 하에 코리안 위스키 생산을 계획했었습니다. 정부는 선정된 기업들에게 위스키 제조면허를 발급 후 1980년대에 국산 몰트 스피릿을 생산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4~5년 간의 숙성을 통해 정식 위스키로 판매하겠다고 계획합니다.

 

하지만 국산 스피릿을 사용한 위스키가 출시되기 전에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원액을 수입 후 국내 기업이 블렌딩 하여 판매하는 100% 수입 위스키 원액을 사용한 위스키가 출시됩니다. 바로, ‘베리나인 골드 킹’, ‘VIP’, ‘패스포트입니다.

 

1980년대 말, 앞서 생산한 국산 몰트 스피릿을 숙성하여 만든 진정한 코리안 위스키가 출시되었습니다. 물론 100% 국산 원액은 아니었고 수입한 원액과 블렌딩 하여 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부푼 기대감과 달리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이 또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1990년대 초에 코리안 위스키의 생산은 중단됩니다. 그 이유는 생산 경제성입니다. 연간 증발량인 엔젤스 쉐어가 스코틀랜드는 2%인데 비해 한국은 5%나 되어 생산성이 밀리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국산 위스키 생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주류 수입을 개방하게 됩니다.

 

여러 원액들이 한국에 들어온 덕분에 소비자들의 입맛은 점점 올라갔고, 기존에는 6년 정도만 숙성된 패스포트와 같은 위스키도 괜찮다고 판단되었지만 높아진 입맛 탓에 윈저임페리얼에서 출시되었던 ‘12’, ‘15’, ‘17등 비교적 고숙성 위스키가 선호되었습니다.

 

한동안 이렇게 수입 원액에 의존하던 와중에 2020년에 제대로 된 코리안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증류소가 등장합니다. 바로 김창수위스키증류소쓰리 소사이어티스입니다. 2021쓰리 소사이어티스에서 기원 호랑이 에디션을 출시하며 코리안 위스키의 첫출발을 알렸습니다. 이후 2022년에는 김창수위스키증류소에서 김창수 위스키를 출시했고 쓰리 소사이어티스에서 기원 독수리 에디션이 출시되었습니다. 이후 2023년에는 쓰리 소사이어티스에서 기원 배치 1’, ‘기원 배치 2’가 출시되며 코리안 위스키의 생산은 활기를 보였습니다.

 

위스키 생산 환경

한국의 위스키 생산 환경에 대해 기후적 환경과 법적 환경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기후적 환경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위스키 최대 생산국이자 위스키 하면 떠오르는 나라인 스코틀랜드는 위스키를 숙성하기에 최적의 기후 조건을 가진 국가입니다. 일년 내내 온도차이가 크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기후 덕분에 연간 증발률인 엔젤스 쉐어는 1.5%에서 2% 정도로 매우 낮은 편으로 장기 숙성에 매우 용이합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계절별 온도차이 및 습도 차이가 분명하여 위스키를 숙성하는 오크통의 팽창 및 수축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이로 인해 연간 증발률인 엔젤스 쉐어가 5%대로 높습니다. 물론 잦고 격렬한 오크통의 팽창 및 수축 운동으로 인해 그만큼 위스키는 빠르게 숙성됩니다. 예전에는 고숙성이 고급이고 무조건 좋다는 의식이 있어 장기 숙성이 불가능한 기후적 조건을 가진 나라는 위스키 생산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대만과 같이 엔젤스 쉐어가 큰 나라에서 좋은 품질의 숙성 연수 미표기 제품인 NAS 위스키를 생산하며 국제적으로 저숙성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없애주고 있어 한국도 이를 뒤따라 간다면 기후적 조건은 코리안 위스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은 법적 환경입니다. 한국은 주세에 종량세가 아닌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덕분에 위스키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세한 설명은 앞선 포스팅인 한국에서 위스키가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종가세를 주세로 사용 중인 한국은 위스키를 포함한 고품질 주류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 위스키를 증류 및 숙성하여 판매한 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미 합리적인 세금 체계 하에서 높은 품질의 위스키를 생산하는 다른 나라들의 위스키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주세를 적용받는 코리안 위스키는 가격 경쟁력에서부터 이미 밀리고 시작합니다. 더 나아가,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코리안 위스키를 생산해 내겠다는 목표를 가진 위스키 증류소가 생겼지만, 숙성이라는 것이 필수인 위스키 특성상 해당 숙성기간 동안 증류소 운영을 받쳐줄 자금이 없다면 존속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저숙성 위스키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여 자금줄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주세법 특성상 합리적인 가격에 위스키를 생산해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이것이 현재 코리안 위스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망

한국의 위스키 생산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이라도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단계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드린 주세법과 관련된 문제는 어렵게 탄생한 코리안 위스키의 불씨를 꺼트릴 요소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주세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코리안 위스키의 존속은 어려울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종가세를 종량세로 바꾸고 초기에 코리안 위스키를 생산하는 증류소에 대한 여러 지원을 통해 코리안 위스키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현재 저렴한 희석식 소주를 소비하시는 분들께서는 종가세가 주세로 채택되는 것이 좋겠지만, 이는 코리안 위스키 산업은 물론 전통주 산업까지 파괴하고 주세의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 주세법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세한 내용은 앞선 포스팅인 한국에서 위스키가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과거에는 위스키는 그저 비싸고 독한 술이며 일반적인 서민에게는 소주처럼 평상시에 쉽게 마실 수 있는 주류와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물론 희석식 소주와 비교하여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은 불변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이례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위스키에 대한 인식도 바뀌는 추세입니다. 희석식 소주보다 비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취하기보다는 술 자체를 음미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품질 좋은 위스키 한 잔이 희석식 소주 여러 병 마시는 것보다 낫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한국인의 위스키 소비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위스키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과 열정 그리고 관심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며, 이에 대해 일정 수준까지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사람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주세는 고품질 주류에 터무니없이 높게 부과되는 특징이 있어 코리안 위스키 시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코리안 위스키가 제대로 안정화되고 한국 주류 산업의 일부로 자리 잡는 데에는 여러 난관과 고난이 있겠지만 이는 주세가 개정되지 않는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루빨리 정계에서 이를 인식하고 주세를 대부분의 국가들과 같이 종량세로 채택하여 주세 정상화를 이뤄 전통주 및 코리안 위스키의 활성화를 이뤄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음은 피트란 무엇인가: 생성 원리, 향과 맛, 환경적 영향”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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