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지식

PPM이란 무엇인가: 정의, 수치별 증류소, 과연 절대적인 지표인가

김머생 2024. 2. 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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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연소
Credit: Laphroaig Distillery

정의

PPM‘Parts Per Million’의 약자로써 한국어로는 백만분율이라고 합니다. PPM은 수를 1,000,000에 대한 비율로 나타내는 방법입니다. , 농도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대기질과 같이 농도의 개념이 사용되는 곳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중입니다. 예를 들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 ppm이라고 가정한다면 1,000,000 중에 400만큼의 비율로 있다는 뜻으로써 익숙한 퍼센트로 나타낸다면 0.04%(400/1000000*100)가 됩니다.

 

PPM은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 개념인 만큼 위스키 산업에서도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바로 피트 위스키와 관련이 있습니다. 앞선 포스팅이었던 피트란 무엇인가를 보시면 피트 위스키에서 피트한 풍미를 주는 것이 페놀 화합물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피트 위스키에서 PPM은 바로 이 페놀이 위스키에 얼마나 함유되었는지에 대한 농도를 알려주기 위해 사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트 위스키의 PPM이 높다고 한다면 피트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예상하시면 됩니다. 예상이라는 단어에 강조를 한 것은 이 글의 마지막 소주제에서 제대로 짚고 넘어가겠지만 이 PPM 수치가 절대적인 지표로 사용될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치별 증류소

1에서 10 사이의 PPM을 가진 위스키를 생산하는 증류소는 부나하벤, 글렌파클라스, 브룩라디, 스프링뱅크, 벤로막 등이 있습니다. 이 정도의 PPM을 가진 위스키는 사실 피트 위스키로 분류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단지 피트의 캐릭터가 약간 입혀져서 스쳐 지나간다 정도이며 둔감한 사람의 경우 못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20에서 30 사이의 PPM을 가진 위스키를 생산하는 증류소는 보모어, 하이랜드 파크, 탈리스커 등이 있습니다. 이 정도의 PPM을 가진 위스키는 피트 위스키 입문용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특히 탈리스커의 경우 피트 위스키 입문자용으로 항상 언급되는 위스키입니다. 피트를 싫어하는 사람이 마셔도 못 마시고 뱉을 정도의 PPM 수치는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의 약하지만 피트의 윤곽이 느껴지는 위스키를 통해 간을 보고 다음 레벨의 피트 위스키로 넘어가게 됩니다.

 

30에서 40 사이의 PPM을 가진 위스키를 생산하는 증류소는 쿨일라, 레칙 등이 있습니다. 사실 애매한 PPM 수치입니다. 입문자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높지만 강한 피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마시기에는 약한 수준입니다. 피트 입문용 위스키를 도전 후 어느 정도 본인과 맞을 경우 피트 삼대장 위스키(라가불린, 라프로익, 아드벡)로 넘어가기 전에 마셔보는 것도 좋습니다.

 

40에서 60 사이의 PPM을 가진 위스키를 생산하는 증류소는 라가불린, 포트샬롯, 라프로익, 아드벡, 롱로우 등이 있습니다. 이때부터 비로소 사람들이 피트 위스키 하면 떠오르는 정도의 PPM을 가진 증류소입니다. 뚜렷하고 강렬한 피트의 맛이 후각과 미각을 강타하며 피트 위스키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수치입니다.

 

그리고 80 이상부터 많게는 140까지의 PPM을 가진 슈퍼 헤빌리 피티드 위스키를 만드는 증류소가 있습니다. 바로 옥토모어입니다. 거실에서 뚜껑을 따면 안방까지 피트 향이 퍼진다는 엄청 강한 피트 위스키입니다. 단순 PPM 수치로만 본다면 입문자용 피트 위스키보다 적게는 4배에서 많게는 7배까지 강하며, 피트 위스키 삼대장보다는 2배에서 3배 정도 강합니다.

 

과연 절대적인 지표인가

앞서 언급드린 바 있지만, PPM 수치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닙니다. 여기서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는 것은 음용 시에 PPM 수치에 따라 정확하게 피트함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 PPM을 가진 보모어와 140 PPM을 가진 옥토모어를 마신다면, 압도적인 수치 차이로 인해 옥토모어가 훨씬 강한 피트의 풍미를 발산하겠지만 20140의 비율만큼 피트가 7배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바로 PPM 수치가 위스키 용액이 아닌 몰트에 입혀진 페놀 함량을 나타내는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앞선 포스팅인 위스키는 어떻게 만들까에서 설명드린 것과 같이 위스키 생산 과정은 몰팅->밀링->매싱->발효->증류->숙성->블렌딩->보틀링 순입니다. 이 중 제일 앞 과정인 몰팅 과정에서 건조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피트를 사용하여 훈연을 하고 훈연된 몰트에서 페놀 수치를 측정하여 PPM으로 환산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측정 이후에 여러 공정이 있고 특히 증류 과정에서 페놀 성분이 대부분 날아가게 됩니다. 증류 과정에서 페놀 성분이 대부분 날아가는 이유는 증류 원리에 있습니다. 증류는 알코올과 물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하여 두 끓는점 사이의 온도로 가열하여 끓는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알코올은 많이 증발되고 끓는점이 상대적으로 높은 물은 적게 증발되게 하여 고도수의 원액을 얻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페놀의 경우 끓는점이 182도로 물보다 훨씬 높아 거의 증발하지 않아 위스키 스피릿으로 넘어가는 페놀은 극소량입니다.

 

추가로 위스키는 초류, 중류, 후류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초류는 독성물질인 메탄올이 함유되어 있어 사용하지 않으며 후류의 경우 인체에 무해하지만 낮은 도수로 인하여 사용하지 않아 중류만 사용하게 됩니다. 이때 페놀은 마지막에 높은 온도에서 끓여지는 후류에 그나마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중류의 범위를 길게 가져가 후류의 일부분까지 중류에 편입시키면 페놀이 더 함유되기도 합니다. 초류, 중류, 후류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위스키는 어떻게 만들까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PPM은 생산된 위스키 원액 자체가 아닌 생산 초기 단계에서 몰트로부터 페놀 수치를 측정하여 산출합니다. 하지만 페놀은 추후 증류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지고 후류를 얼마큼 사용할 건지에 따라 같은 PPM 수치더라도 위스키가 생산이 되었을 때 다른 페놀 함량을 보여주게 됩니다. 물론 피트로 강하게 훈연건조 후 높은 페놀 함량을 가진 몰트를 사용한다면 그렇지 않은 것보다 강한 피트 위스키가 생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는 절대적인 지표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처음에 언급드린 것과 같이 PPM 수치는 특정 위스키의 피트함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참고자료 정도로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위스키 이스트의 비밀: 이스트란, 양조/증류 이스트 차이, 배합하여 사용하는 이유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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