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지식

피트란 무엇인가: 생성 원리, 향과 맛, 환경적 영향

김머생 2024. 1. 2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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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생성 원리

‘피트’는 영어로 ‘Peat’ 한국어로 ‘이탄’이라고 부릅니다. 이를 활용한 위스키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고 워낙 풍미가 강렬하기 때문에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립니다. 피트는 산성을 띄고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부분적으로 부패하여 퇴적된 수목질 및 유기물이 탄화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산소가 희박해야 하기 때문에 피트의 환경적 조건 중 하나는 바로 습지입니다. 습지에 고여있는 물은 수목질과 유기물이 대기의 산소와의 접촉하는 것을 방해하여 부패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피트는 수목질 중에서도 주로 이끼, 사초, 관목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축적될수록 수분을 더 머금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천천히 습지를 넓혀가는 과정의 일부가 됩니다. 추가로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이탄지(피트 늪)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빙하들이 녹으며 12,000여 년 전부터 생성되기 시작했으며, 매년 몇 밀리미터 단위로 천천히 축적된 것입니다. 석탄과 달리 깊은 곳에서 채취하는 것이 아닌 지표면에 주로 분포해 있기 때문에 피트가 깔린 지역의 땅을 파서 건조하면 위스키에 사용되는 피트가 만들어집니다.
 
피트의 생성원리는 대부분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같은 피트는 아닙니다. 생성된 지역에 따라 성분은 상이하며, 해당 지역에서 어떤 수목질과 유기물이 풍부했는지에 따라 나뉩니다. 이는 피트 위스키의 풍미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피트 위스키의 성지인 아일라의 경우 4면이 바다인 섬이기 때문에 해초가 퇴적하여 만들어진 피트가 풍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일라 피트의 경우 해초, 바다 내음, 짠맛 등의 풍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스페이사이드 피트의 경우 내륙이기 때문에 해초가 주성분을 이루고 있지 않아 바다의 영향은 적고 단맛과 불한증막에서 위스키를 마시는듯한 나무 장작의 풍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향과 맛

피트는 앞서 언급드린 것과 같이 구성 성분에 따라 향과 맛이 다릅니다. 하지만 피트에는 기본적으로 페놀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약, 흙, 요오드와 같은 풍미를 공통적으로 보여줍니다. 위스키에 피트를 입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피트의 풍미를 제일 강하게 입힐 수 있는 몰팅 과정에서 입힙니다. 피트를 태우며 몰트를 건조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제일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페놀 화합물입니다. 페놀 화합물은 페놀과 함께 과이어콜과 크레졸 그리고 시링골과 같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간다면 과이어콜의 경우 훈제와 장작 태운 맛을 주고 페놀은 소독약과 방부제의 향을 내며 크레졸의 경우 약, 타르, 흙 같은 향을 입혀주며 시링골은 훈제와 장작 태운 향을 줍니다.
 
더 나아가, 헷갈리기 쉬운 피티함과 스모키함의 차이에 대해 언급드리겠습니다. 피티하다라고 한다면 피트의 느낌이 나는 것을 말합니다. 피트의 경우 페놀 화합물로부터 나오는 향과 맛을 가졌으며 이 맛과 향은 앞서 언급드린 훈제, 장작, 소독약, 방부제, 약, 타르, 흙입니다. 여기에 ‘연기’ 자체의 풍미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반면, 스모키 하다는 것은 연기의 느낌이 난다는 것입니다. 몰팅 과정에서 연기를 쐬거나 태워진 오크통에 숙성하거나 원두 볶듯이 태운 몰트를 사용하면 연기의 풍미가 납니다. 그리고 이것을 스모키 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 피트에게 있어서 스모키는 떼어놓기 힘든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피트 하면 항상 스모키가 같이 언급되기 때문에 대중들이 피티함과 스모키함을 같은 것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드린 피트를 사용한 몰팅 과정에 있습니다. 피트를 태워 직접적으로 몰트를 건조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당연히 연기가 발생하여 피트와 연기의 풍미가 동시에 배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스모키 하다고 해서 피트라고 볼 수는 없지만, 반대로 피트라면 스모키 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환경적 영향

전 세계에 많은 피트 위스키 애호가들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피트는 환경 문제로 논란이 있는 물질입니다. 그 이유는 피트가 분포한 습지인 이탄지가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피트는 간단하게 말하면 식물이 지하에 파묻히지 않은 상태에서 산소와의 접촉이 차단되어 일부만 분해된 물질입니다. 일반적인 식물의 경우 호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며 내부에 저장되었던 탄소가 배출됩니다. 하지만 피트의 경우 물에 잠겨 산소와의 접촉이 상당 부분 차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호기성 미생물이 살기 어려워 이로 인한 분해가 거의 없기 때문에 퇴적된 식물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그대로 퇴적됩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피트가 수천 년간 퇴적하며 탄소를 가둬 전 세계 토양이 저장하는 탄소량의 절반 가까이를 저장한 곳이 바로 이탄지이기 때문에 지구의 탄소 저장고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지표면의 약 3% 밖에 차지하지 않는 토양이지만 전체 토양이 저장한 탄소량의 절반 가까이를 가두고 매년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에 이탄지 보존 중요성이 최근 들어 많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교통이 좋지 않았던 스코틀랜드가 석탄 등 기타 연료원에 접근하기 어려워, 스코틀랜드에 풍부했던 피트를 어쩔 수 없이 쓰면서 피트 위스키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향과 맛에 매료된 사람들이 생겨나며, 교통이 발달한 현재에는 석탄 및 기타 연료원들에 저렴하게 접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되려 상대적으로 더 비싸진 피트를 사용하여 만들어지는 피트 위스키가 성행 중입니다. 이렇게 피트를 태우면 긴 기간 자연이 저장한 탄소를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안 좋습니다. 이런 점을 인식한 영국 정부는 피트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우선 정원사들을 상대로 피트 비료의 사용을 금지시켰습니다. 이런 움직임의 다음 대상이 위스키가 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비록 피트 사용이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으나, 개인적으로 스코틀랜드의 대표 생산품이자 자랑인 위스키의 다양성과 전통을 헤치지 않도록 부디 이런 움직임이 위스키까지 넘어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음은 “PPM이란 무엇인가: 정의, 수치별 증류소, 과연 절대적인 지표인가”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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