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전
이전 포스팅이었던 “[스코틀랜드 증류소 여행] 글렌파클라스 (Glenfarclas Distillery)”에서 언급드린 것처럼 글렌파클라스 증류소 투어를 마치고 Huntly(헌틀리)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헌틀리에서 글렌드로낙 증류소까지는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더프타운에서는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을 경우 ‘Craigellachie Car’를 이용했지만 헌틀리쪽은 관할이 아니라고 하여 다른 택시 회사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투어 전날 에어비엔비 집주인분께 여쭤보니 해당 지역 택시 회사를 알려주셨고 이전과 같이 택시 회사에 연락해 택시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막상 전화를 거니 받지를 않아 집주인분께 말씀드리니 감사히도 대신 잡아주시겠다고 하셔서 투어 당일 잡아주신 택시를 타고 글렌드로낙 증류소로 이동했습니다.
항상 그렇듯 투어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근데 방문자 센터가 잘 안 보이길래 두리번거리던 도중 근처에서 공사일 마치시고 나오신 분께서 친절히 안내해 주셨습니다. 방문자 센터 직원분께서 바로 투어 시작은 못하니 위스키 바 및 샵에 가서 대기하라고 하셨습니다. 마침 아까 길 알려주신 분도 새로 나온 증류소 한정판 핸드필 위스키를 구매할 거라고 같이 가자고 하셨습니다. 들어가고 그분께서 거기 계신 직원분들께 저와 일행을 소개해주었습니다. 그중에 추후 저희를 안내할 가이드 분도 계셨습니다. 저희는 샵을 둘러보고 그분이 위스키 사는 것을 보고 다른 직원분께서 시간이 좀 남았으니 커피나 차를 마시며 기다리는 건 어떠냐고 하시면서 메뉴판을 주셨습니다.
메뉴판에는 차와 커피 등 여러 종류의 마실 것들이 있었고 뒤에는 잔술로 마실 수 있는 위스키 리스트가 있었습니다. 저는 커피를 시켰고 옆에 따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그곳에는 제일 오래된 글렌드로낙 위스키 등 여러 가지 멋진 위스키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커피가 나왔고 같이 카라멜도 하나 나왔습니다. 커피는 평범한 커피였고 카라멜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위스키 초콜렛처럼 안에 위스키가 액체로 들어가진 않았지만 약간의 위스키 향도 나고 정말 기분 좋은 단맛이었습니다.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시면서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투어 시작 시간이 되었습니다.
증류소 구경
가이드분께서 오셔서 투어를 시작하겠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첫 시작은 여러 증류소가 그랬듯 앉은자리에서 증류소에 대한 소개를 하셨습니다. 추가로 아까 언급했던 진열장에 있던 위스키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습니다. 설명이 끝나고 증류소 시설을 본격적으로 탐방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매시턴, 워시백을 보러 갔습니다. 많은 증류소들이 매시턴과 워시백을 신식으로 바꾸는 와중에 글렌드로낙은 예전에 사용하던 것 그대로 사용하여 만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매시턴을 보고 확실히 옛 느낌이 났는데 직후에 워시백을 보니 전부 나무로 도배되어 있어 정말 헤리티지를 잘 이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많은 증류소들이 유지 관리 측면의 압도적인 편의성 때문에 금속 재질로 워시백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인상적이었습니다.
증류소의 꽃인 증류기로 넘어갔습니다. 증류기는 다른 증류소들처럼 일반적이었습니다. 구리로 된 증류기였고 붙어 있는 콘덴서도 큰 특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옆에 붙어있는 스피릿 세이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피릿 세이프 겉모습은 다른 증류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증류기에서 나온 스피릿이 저장고로 이동하는 곳에 있는 필터 위에 올라온 불순물이 신기했습니다. 다른 증류소도 이와 같이 필터가 존재하지만 위에 무슨 불순물이 올라온 것은 본 적이 없는데, 글렌드로낙은 스피릿 세이프 청소 시즌 임박하기 전이었는지 위에 불순물이 많이 걸러져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이드 분께서 이와 관련하여 설명을 해주셨는데 바로 Copper Sulfate(황산구리)라고 합니다. 위스키 증류 시 중요한 점은 스피릿에서 황 성분을 걸러내는 것인데 황이 증류기 재질인 구리와 반응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불순물이 생긴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황 성분을 잘 걸러낸 증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숙성창고로 넘어갔고 촬영은 내부에서 불가하여 창고 입구만 촬영했습니다. 내부에는 여러 캐스크들이 있었으며 빈티지 위스키와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까 초반에 위스키 메뉴에서 특정 빈티지 연수가 빠져있던 게 궁금해서 여쭤봤는데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글렌드로낙 증류소가 재정비로 인하여 위스키 생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기간 빈티지 위스키는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혹시나 보이면 다 가짜라고 합니다. 추가로 1993년 빈티지는 글렌드로낙에서 황금 빈티지 위스키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해 빈티지 위스키가 여러 종류로 만들어졌습니다. 증류소 바 메뉴만 봐도 1993년은 여러 종류로 스페셜하게 다루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테이스팅 시간
이제 아까 시작점이었던 증류소 바&샵으로 돌아옵니다. 들어가서 좌측에 있는 큰 문을 여니 멋진 테이스팅 룸이 나왔습니다. 자리에는 쿠키와 마실 위스키 그리고 기타 주류가 위치해 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가이드 분께서 각각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며 같이 시음을 합니다. 그리고 의견을 묻고 관련된 정보도 주십니다. 이곳이 특별했던 것은 직접 위스키를 만들 때 사용하는 물을 체이서로 준다는 점과 셰리 위스키 3대장 중 한 곳인 만큼 올로로쏘 셰리 와인과 페드로 히메네즈 와인을 주고 캐스크에서 묻어 나오는 셰리 맛이 아닌 원래 셰리 와인이 무슨 맛인지 보여줍니다.
저는 위스키를 정말 좋아하고 위스키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 제일 행복하기 때문에 글렌드로낙 테이스팅 시간에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러던 중 18년도 정말 맛있는데 마셔봤냐고 가이드 분께서 여쭤봐주셨습니다. 그래서 아직 안 마셔봤다고 말씀드리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시면서 한 잔씩 따라주셨습니다. 역시 가이드분의 추천은 빗나가지 않습니다. 맛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조금 더 이야기 나누다가 편하게 택시 올 때까지 마시라고 자리를 비켜주셨습니다.
위스키를 어느 정도 마시고 다 느꼈을 때쯤 쿠키에 손을 댔습니다. 와…… 정말 맛있었습니다. 아까 카라멜에 이어 쿠키도 충격적이게 맛있었습니다. 정말 최고입니다. 쿠키 먹고 남은 위스키도 페어링 해서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다 마시고 일어나 아까 처음에 언급된 공사장 직원분께서 구매하신 핸드필 위스키를 구매했습니다. 그분은 미리 담아놓은 보틀을 구매하셨지만 직접 병입 하는 체험도 해볼 수가 있어 저는 직접 담았습니다. 핸드필은 증류소에서만 구매 가능하고 황금 빈티지인 1993년 빈티지와 2011년 빈티지가 있었는데 전자는 면세범위 초과라 2011년으로 구매했습니다.
핸드필 과정은 처음에 라벨도 붙지 않은 빈 병에 위스키가 담긴 캐스크에서 꼭지를 열어 직접 원하는 만큼 위스키를 채웁니다. 마음 같아서는 표면장력 테스트도 하고 싶었지만 한국으로 들고 갈 때 비행기에 적재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기압차로 인해 터질 수도 있다고 하여 일반적인 위스키처럼 위에 살짝 여유를 두고 채웠습니다. 이후 코르크 마개를 끼우고 위에 씰링지를 씌운 뒤 직접 가열 기계에 병목 부분을 넣었습니다. 그러면 기계 안에 무언가 빙빙 돌며 씰링지를 가열하여 병에 딱 달라붙게 합니다. 그러고 나서 라벨지를 받고 위에 내용을 기입 후 거치대에 병을 올려놓은 뒤 라벨지를 붙입니다. 여러 잔 마신 뒤라 알딸딸했지만 최대한 집중해서 붙였습니다. 증류소 한정판이고 제가 직접 담고 제 이름을 넣었다는 것이 정말 의미 깊은 것 같습니다.
투어 후
돌아갈 때는 아까 올 때 탔던 택시 그대로 타고 돌아갔습니다. 거리는 16km에 15분 정도 걸렸습니다.
도착 후에는 가이드분께서 주변 위스키 마트 가보라고 하셔서 이것저것 살 겸 동네 마트에 갔는데 안에 여러 위스키가 합리적인 가격에 진열되어 있어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스프링뱅크 10년이 9만원 정도밖에 안 하고 다른 위스키도 더 합리적인 가격에 나와 있었습니다. 주인분께 다른 물건 사면서 여기 위스키 가격이 정말 합리적이라고 말씀드리고 한국 가격 말씀 드리니 바로 ‘No way!’라고 하셨습니다. 한국도 빨리 다른 나라들처럼 주세 개정하여 위스키 가격이 정상화되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스코틀랜드 증류소 여행] 글렌모렌지 증류소 (The Glenmorangie Distillery)’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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