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전
스코틀랜드 증류소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증류소는 바로 글렌모렌지 증류소입니다. 글렌모렌지 증류소는 Tain(테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헌틀리에서 테인으로 이동 후 2박 자고 글렌모렌지 증류소에 방문했습니다. 방문한 증류소 중에 제일 최북단에 위치한 증류소이기 때문에 그만큼 눈도 많이 오고 적설량도 많았습니다.
글렌모렌지 증류소까지도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고 마침 거리도 걸을만한 거리였기 때문에 걸어서 방문했습니다. 거리는 2.5km 정도였고 구글 지도상에 35분이면 간다고 나왔지만 실제로는 마땅히 보도로 포장된 곳은 없고 도로 갓길이나 눈 쌓인 잔디밭 위로 걸어가는 길이라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예상보다 살짝 더 길었습니다. 물론 카듀 증류소 때 11km 걸었던 경험이 있어 이 정도는 껌이었습니다. 물론 눈이 많이 쌓여 가는 길 자체는 더 안 좋습니다.
증류소에 이번에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아침 투어라 증류소가 열기 전이었습니다. 바람이 매섭게 불기 때문에 처음에는 너무 추워 건물 사이에 바람이 안 불만한 곳에서 대기하려고 했지만 어느 곳 하나 바람이 안부는 곳이 없어 돌아다니다가 리모델링 중인 증류소 샵을 발견하여 마침 문이 열려있길래 들어가 있었습니다. 들어가서 대기하다가 방문자 센터 문 여는 모습을 보고 들어가 예약 내역 보여드리며 투어 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셨고 현재 증류소 샵이 리모델링 중이라 몇 가지 품목들을 여기로 옮겨왔으니 구경 좀 하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증류소 구경
금방 투어 가이드분께서 들어오셔서 인사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뭔가 되게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열정은 당연히 느껴지지 않았고 뭔가 로봇의 안내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추가로 대부분의 증류소는 숙성창고만 촬영을 금지하는 것에 반해 글렌모렌지 증류소의 경우 모든 내부시설 촬영이 금지라고 하여 내부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방문자센터에서 나가 다른 증류소들처럼 몰트 그라인딩, 매시턴, 워시백이 있는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건물에 입장하자마자 몰트가 종류별로 진열되어 있었고 각각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유난히 검은 몰트를 발견하고 여쭤보니 글렌모렌지 시그넷에 들어가는 몰트이며 다른 몰트들과 달리 커피콩 볶듯 로스팅을 진행한 몰트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글렌모렌지 시그넷이 커피 풍미가 진하기로 유명한데 그 향과 맛이 로스팅된 몰트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을 마치고 매시턴과 워시백을 보러 갔습니다. 제가 본 증류소들 중에 제일 신식 시설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깔끔하고 정돈된 상업시설의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증류소들도 상업 시설이지만, 다른 증류소들은 본인들의 헤리티지를 지키고 위스키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기보다는 그들의 자부심으로 보는 느낌이 있었는데 글렌모렌지 증류소에서는 위스키를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LVMH에 인수되면서 그렇게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증류기도 보러 갔는데 정말 높았습니다. 제일 높은 증류기를 사용 중인 것으로 유명하며 목 부분이 매우 길어 기린 증류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마케팅 전략으로 잡아 기린을 형상화한 케이스에 위스키를 담아 판매하는 등의 기린과 연관된 작품들을 종종 보였습니다.
숙성창고로 이동하기 위해 건물에서 나와 숙성창고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에 통유리로 된 건물에 높은 증류기 2기가 따로 나와있는 것을 발견하고 여기는 뭐 하는 곳인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가이드분께서 여기는 글렌모렌지가 위스키 증류 실험을 하는 곳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기존 위스키를 만들던 정형적인 방식이 아닌 여러 도전적인 방식으로 위스키를 증류하여 실험 중이라고 합니다. 2025년쯤에 첫 작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 중이라고 합니다.
숙성창고 안에 들어가면 많은 캐스크들이 있으며 입구 쪽에 체험용 캐스크가 종류별로 놓여 있습니다. 각각 마개를 열어 향을 맡게 해 주시고 질의응답을 받습니다. 이미 여러 증류소에서 봐왔던 캐스크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끝내고 시음을 위해 테이스팅 룸으로 이동했습니다.
테이스팅 시간
테이스팅 룸으로 이동 후 자리에 앉았습니다. 테이스팅 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이었습니다. 시음은 총 두 종류를 했습니다. 10년과 15년을 테이스팅 했습니다. 이 둘 모두 특별한 위스키는 아니기에 무난했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증류소에서는 가능한 제일 상위 라인 투어를 했지만, 글렌모렌지 증류소가 이때는 기본 투어 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엔트리 위스키만 두 잔 마셨습니다.
다만 해당 바에서 따로 추가금을 내고 마실 수는 있습니다. 증류소 한정판 관련하여 여쭤보니 크게 없다고 하셨는데, 한 가지 한정판 라인업이 있다고 보여주셨습니다. 기본 650파운드 이상이기 때문에 면세 문제로 보틀을 살 수는 없어, 현장에서 잔 술로 한 잔 부탁드리고 추가로 한 잔은 바이알에 포장 부탁드렸습니다.
증류소 한정판 라인업은 레어캐스크 1784, 레어캐스크 388, 레어캐스크 12836, 레어캐스크 8664로 총 4종류가 있었는데 제일 추천하는 위스키로 부탁드렸습니다. 가이드분께서 페드로 히메네즈 캐스크에 숙성된 1784를 제일 추천한다고 하셔서 해당 위스키를 마셨습니다. 분명 좋은 위스키는 맞았지만 가격을 고려했을 때 대안이 워낙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시고 나서 다시 방문자 센터로 돌아가 마지막으로 살 거 없는지 둘러보던 중 스코틀랜드 증류소 지도를 팔길래 액자에 넣어 방에 걸어놓으면 예쁠 것 같아 구매했습니다.
투어 후
투어 후 다시 눈길을 헤쳐나가며 숙소로 복귀했습니다. 이 날이 체크아웃 날이었고 투어 전날 에어비엔비 주인분께 양해를 구해 체크아웃 시간을 1시간 미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을 넘어 체크아웃하는 것은 상당한 실례인 만큼 발길을 서둘렀습니다. 점심은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빵을 사 와 숙소에서 간단하고 빠르게 먹었습니다.
숙소에서 짐을 들고 체크아웃 후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에서 열차가 올 때까지 3시간 넘게 대기했습니다. 발이 너무 시렸습니다. 이후 Inverness(인버네스)에 도착해서 호텔에서 하룻밤 숙박했습니다. 다음날 런던까지 비행기 타고 가서 유로스타로 환승 후 벨기에로 넘어가야 해서 공항이 있는 인버네스에서 숙박했습니다.
렌터카 없이 무거운 짐들을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진행하는 스코틀랜드 증류소 여행은 정말 힘듭니다. 그만큼 인상 깊고 소중한 기억과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단순히 편히 쉬다 오는 여행보다는 고생도 하고 이런저런 경험하는 여행이 앞으로의 제 인생에 분명히 좋은 양분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체력이 되시고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저와 같은 여행을 추천드립니다.
다음은 ‘[벨기에 맥주 여행] De Halve Maan 양조장’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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