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아이리시 위스키는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진 위스키입니다. 위스키라는 단어가 아일랜드어로 ‘생명의 물’을 뜻하는 ‘우스게 바하’(Uisce Beatha)로부터 왔을 정도로 아일랜드 위스키는 전 세계 위스키 중에서 스카치위스키와 함께 선조 격입니다. 또한 위스키의 철자가 스카치와는 다르게 e가 하나 더 붙은 ‘Whiskey’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아이리시 영향을 받은 위스키들의 철자는 Whiskey로 작성하고 스카치의 영향을 받은 위스키는 ‘Whisky’로 작성합니다.
4~5세기경에 증류 기술이 최초 도입된 후 12세기에 아이리시 위스키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당시 위스키의 개념은 조금 달랐습니다. 현대의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특정 연수 이상 나무로 된 캐스크에서 숙성된 후 출고됩니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현대에 ‘스피릿’이라고 부르는 갓 증류된 것도 위스키라고 불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당시에는 아이리시 위스키라고 부르며 마셨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아이리시 스피릿을 마신 게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수세기 동안 아이리시 위스키와 관련하여 대대적인 규제나 규정의 확립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추가적으로 오래전 아일랜드에서는 기록을 하기보다 구두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아이리시 위스키와 관련하여 초창기의 기록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이리시 위스키와 관련하여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15세기 초에 나타납니다.
승인을 받고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증류소는 17세기 초에 등장합니다. 제임스 1세 국왕이 최초로 증류소 관련 허가를 하며 시작된 것입니다. 이때 허가를 받은 증류소가 바로 ‘부쉬밀’입니다. 부쉬밀 증류소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증류소라는 상징적인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아일랜드 인구수의 급증과 수입주류의 대체제를 찾으려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아이리시 위스키 수요가 폭증하며 산업이 전반적으로 호황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1770년 위스키는 아일랜드 전체 주세수의 25% 밖에 차지하지 않았지만 고작 20년 만인 1790년에 전체 주세수의 66%를 차지할 정도로 급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요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질보다 양을 선택한 증류소들이 늘어났고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서 여러 규제를 가했습니다. 추가로 몇몇 증류소가 국세청에 실제 생산량보다 적은 생산량을 보고하며 세금을 적게 내기도 하며 밀주업자들이 기승을 부리며 정부는 세금 관련 규정을 수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아이리시 위스키는 혼돈기를 겪습니다.
20세기에 접어들며 아일랜드 독립전쟁이 발발하였고 이어서 영국과의 무역 전쟁을 거치며 아이리시 위스키는 하락세를 걸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증류소가 문을 닫거나 합병되었습니다. 이후 20세기 후반에는 다시 아이리시 위스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어나며 증류소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는 스카치위스키와는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아이리시 위스키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생겨나며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증류소도 생겨나고, 기존 증류소는 생산량을 늘렸습니다.
특징
아이리시 위스키가 되기 위해서는 아래의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아일랜드에서 증류되고 숙성되어야 하며, 94.8도 미만의 도수로 증류되어야 하며, 700리터가 넘지 않는 나무 캐스크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되어야 하며, 병입시 최소 40도 이상의 도수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규정에는 없지만 많은 증류소들이 전통을 따라 삼중 증류를 합니다. 덕분에 이중 증류하는 스카치위스키와 비교하여 더 부드럽고 세련된 풍미를 가집니다.
더불어 사용하는 곡물에 대한 큰 규정이 없어 맥아를 포함해 다른 그레인들을 섞어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더 다양한 맛을 제약 없이 구현할 수 있고 더 복합적인 위스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위의 언급된 공정을 통해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아이리시 위스키는 여러 풍미를 가집니다. 사과, 배, 감귤과 같은 과일 향을 가지며, 꿀과 바닐라 그리고 크리미 한 풍미를 가집니다. 추가로 대부분 피트를 사용하지 않으며 피트의 풍미가 있더라도 스카치위스키와 비교하여 월등히 적습니다. 이 덕분에 아이리시 위스키는 복잡하지만 복합적이고 비단과 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상쾌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 접근 및 마시기 수월합니다.
더 나아가, 버번 오크통에 숙성했을 경우 스카치와 마찬가지로 카라멜이나 향신료 같은 풍미가 잡히며 셰리 오크통에 숙성한 경우 과일 및 건포도와 같은 풍미를 줍니다.
위와 같은 특징 덕분에 아이리시 위스키 또한 다른 위스키들과 같이 매니아층이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위스키 종류 중 하나입니다.
유명한 증류소
아이리시 위스키 또한 여러 증류소가 있지만 한국에서 유명하고 접근하기 쉬운 증류소들로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저도 아직 아이리시 위스키는 많이 못 마셔봐서, 제품을 추천하는 데 있어서는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가능한 대중적인 것으로 추천드리겠습니다.
우선 앞서 언급드렸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증류소인 ‘부쉬밀’입니다. 꿀과 몰트의 풍미가 더해진 과일과 바닐라 풍미가 특징입니다. 또한 가장 오래된 증류소인만큼 당연히 전통을 따라 삼중 증류를 하며 덕분에 가볍고 부드럽습니다. 부쉬밀 제품 중 숙성 연수가 적힌 제품은 싱글몰트 제품이며 없는 제품은 블렌디드 제품입니다. 아이리시 위스키가 처음이시라면 가볍게 ‘10년’ 제품을 추천드립니다.
다음은 ‘제임슨’입니다. 이것은 “‘제임슨’인가? ‘제머슨’인가? ‘자매손’인가?”로 증류소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에 논란이 있었던 증류소입니다. 우선 관련 종사자분들은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본인들은 ‘제머슨’이라고 발음한다고 합니다. 제머슨 증류소의 위스키는 전통을 따라 삼중 증류를 하며 덕분에 부드럽고 과일과 꽃의 향이 나며 꿀과 바닐라의 맛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품은 무난한 ‘스탠다드’를 추천드리겠습니다. 사실 스탠다드 제품의 경우 니트로 마시기보다는 하이볼로 만들어 마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머슨 제품군이 한국에서는 비교적 한정적이라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다른 제품을 추천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레드브레스트’입니다. 풍부하고 꽉 차는 풍미를 가졌으며 잘 익은 사과나 배의 향이 특징이며 복잡하지만 균형 잡힌 풍미와 함께 긴 피니시로 유명합니다. 제품은 제가 아닌 공신력 있는 분의 추천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바로 ‘15년’ 제품입니다. 이 추천은 제머슨과 레드브레스트 등을 생산하는 IDL(Irish Distillers Ltd)이라는 회사의 마스터 디스틸러와 마스터 블렌더분께서 ‘주류학개론’ 채널에 나오셔서 하셨던 말씀입니다.
아직 한국에는 스카치위스키만큼 인기가 있거나 많이 수입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낯설 수 있지만 오래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위스키인만큼 아직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들은 한 번쯤 관심을 갖고 도전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음은 “재패니즈 위스키란 무엇일까: 역사, 특징, 유명한 증류소”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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